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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매뉴얼 대신, AI로 게임처럼 따라가는 화면 만든 후기

by AI노트지기 2026. 6. 6.

AI로 업무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쓰다 보면,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분명히 내가 만들었고, 만들 때는 구석구석 다 이해했는데, 한 달쯤 지나서 다시 열어보면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였지?" 하고 머릿속이 백지가 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사람 기억이 원래 그렇습니다.

처음엔 메모를 남겼습니다. 순서를 적어둔 매뉴얼 문서를 만들어놨죠. 그런데 막상 한 달 뒤가 되니, 그 매뉴얼을 다시 펴서 처음부터 읽는 것 자체가 일이었어요. 어디까지 했는지도 헷갈리고, 중간에 빠뜨린 단계가 없는지 매번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매뉴얼을 읽게 하지 말고, 화면이 다음 할 일을 알려주게 하자.

매뉴얼을 읽는 대신, 게임처럼 단계를 깨기로

아이디어는 단순했습니다. 게임을 떠올렸어요. 게임은 설명서를 읽고 시작하지 않잖아요. 화면이 "지금 이걸 하세요" 하고 알려주고, 하나 끝내면 다음이 열립니다. 업무도 그렇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마침 제가 하는 일들이 순서가 정해진 절차였어요. 월말마다 도는 마감 작업은 1단계, 2단계, 3단계가 정해져 있습니다. 순서만 틀리지 않으면 되는 일이죠. 그래서 AI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각 단계를 카드로 만들고, 한 단계를 끝내고 체크하면 다음 단계가 잠금 해제되는 화면을 만들어 달라고요. 인터넷 연결도 필요 없이, 파일 하나만 더블클릭하면 브라우저에서 바로 열리는 형태로요.

결과물은 게임의 퀘스트 화면과 비슷했습니다. 위에는 진행률 막대가 있고, 지금 해야 할 단계는 펼쳐져 있고, 아직 못 하는 단계는 자물쇠로 잠겨 있습니다. 한 단계를 끝내고 완료 버튼을 누르면 다음 칸이 열리고요. 다 끝나면 축하 표시가 뜹니다. 별것 아닌데, 이게 "어디까지 했더라" 하는 불안을 완전히 없애주더군요.

여러 업무를 한곳에 모은 '업무 콕핏'

처음엔 마감 작업 하나만 만들었는데, 쓰다 보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한테는 이런 식으로 순서를 따라야 하는 일이 여럿 있거든요. 거래명세서 정리, 월말 경영 점검, 견적 발송 같은 것들이요. 이것들도 다 며칠 지나면 까먹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화면 하나에 이 업무들을 카드로 죽 늘어놓고, 클릭하면 그 업무의 단계별 안내로 들어가는 구조로 키웠습니다. 자동차 운전석 계기판처럼 한눈에 보인다는 뜻에서 저는 이걸 '업무 콕핏'이라고 부릅니다.

AI로 만든 업무 자동화 대시보드 허브 화면 — 거래명세서 마감, 월말 경영마감 카드는 실행 가능 상태이고 견적 발송·매입 거래명세서·나라장터 입찰 카드는 준비중으로 표시된 카드형 업무 메뉴
업무 콕핏 메인 화면 (화면 속 거래처명·회사명·숫자는 예시입니다)

각 카드를 누르면 두 개의 탭이 나옵니다. 하나는 '진행하기' 탭으로, 방금 말한 게임식 단계 안내예요. 또 하나는 '설명서' 탭으로, 단계 전체를 펼쳐놓은 참고용 문서입니다. 평소엔 진행하기 탭만 따라가면 되고, 자세히 보고 싶을 때만 설명서를 펴면 됩니다.

게임처럼 따라가는 단계별 업무 가이드 화면 — 완료·진행 중·잠김으로 구분된 단계와 각 단계의 주의사항, 절반쯤 찬 진행바가 보이는 거래명세서 마감 체크리스트
거래명세서 마감 단계별 진행 화면 (예시 데이터)

제일 마음에 든 건, 한 번 했던 함정을 화면에 박아둘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단계에서 특정 파일을 열어둔 채로 작업을 돌리면 오류가 나는 경우가 있었어요. 한 번 호되게 당하고 나서, 그 단계에 "이 파일을 닫고 실행하세요"라는 경고를 박아뒀습니다. 그러니 다음 달의 제가 같은 자리에서 또 막히지 않더라고요. 실수 한 번이 곧 다음을 위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화면이 대신 기억해주니, 머리가 가벼워졌다

이 도구를 쓰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예전엔 마감 철이 되면 "이번에도 순서 안 틀리고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냥 콕핏을 열고, 화면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면 됩니다. 외워야 할 게 하나도 없어요.

솔직히 이건 거창한 자동화가 아닙니다. 버튼 누르면 알아서 다 돌아가는 그런 게 아니에요. 실제 작업은 여전히 제가 손으로 합니다. 다만 이 화면이 "지금 뭘 할 차례인지"를 대신 기억해주는 거죠. 자동운전이 아니라 길 안내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그 안내판 하나가 "뭘 해야 하지" 하는 고민을 0으로 만들어줍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런 도구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업무 하나로 시작해서, 쓰면서 단계 문구를 다듬고, 새 업무가 생기면 카드를 하나씩 붙였습니다. 틀만 한 번 잡아두면 그다음부터는 쉬워요. 그리고 이 모든 걸 제가 코딩으로 만든 게 아니라, "이런 화면을 만들어 줘"라고 말로 설명한 게 전부입니다.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 며칠 지나면 까먹는 게 문제 → 매뉴얼을 읽게 하지 말고 화면이 다음 단계를 안내하게.
  • 게임처럼 한 단계 끝내면 다음이 잠금 해제되는 위저드 + 펼쳐보는 설명서 탭.
  • 여러 업무를 카드로 모아 한 화면에 — 자동차 계기판 같은 '업무 콕핏'.
  • 한 번 당한 실수는 그 단계에 경고로 박아둠 → 다음엔 같은 데서 안 막힘.
  • 자동운전이 아니라 길 안내판. 실행은 사람이, 순서 기억은 화면이.

혹시 저처럼 AI로 도구를 만들어 쓰는데 "분명 만들 땐 알았는데 왜 자꾸 까먹지" 싶은 분이 있다면, 이 방식을 권하고 싶습니다. 도구를 더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든 도구를 미래의 내가 쉽게 다시 쓰게 해주는 도구를 하나 두는 것. 그게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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